최근 부동산시장이 정체국면으로 접어들며 집값 폭락의 공포가 엄습했다. 글로벌 경기불황과 불안한 국내 정국에 정부의 부동산규제까지 더해지며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집값이 떨어지면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내집 마련이 더 수월해질 수 있다. 집을 보유한 사람이라도 당장 매도할 의사가 없으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는다. 문제는 집값 대부분을 대출금으로 충당한 경우다. 은행은 담보, 즉 집의 가치를 보고 자금을 빌려준 것이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하면 금리를 올리거나 원금 일부의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집값 5% 떨어지면 LTV 60% 초과비중 10%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특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주택가격이 5% 하락하면 주택담보비율(LTV) 60%를 초과하는 한계가구 비중이 10.2%까지 상승한다고 추정했다.
LTV(Loan-To-Value Ratio, 담보 인정 비율)는 은행이 대출을 해줄 때 담보물의 가격에 대비해 인정해주는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통상적인 LTV 한도는 주택 감정가격의 60~70%정도다. 대출기간 도중 집값 하락으로 LTV 60%를 초과할 경우 은행이 그 차액에 대해서는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체가 발생했을 때 집을 처분해도 대출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김지섭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정부가 LTV 규제를 완화한 이후 비율이 상승한 가구일수록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단기간 안에 가계부담이 더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물론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지만 소득이 안정적인 고소득층이 대부분이라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소득 감소가 발생할 경우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계가구 선제적 대응 필요
하지만 빚을 갚기 어려운 '한계가구'의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박근혜정부 들어 LTV 규제완화가 이뤄지며 가계대출 규모가 소득증가세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대출 규제를 강화해나가는 가운데 한계가구의 재무구조를 선제적으로 건전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 연구위원은 "LTV를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집단대출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상환되지 않은 집단대출의 경우 앞으로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소득인정비율(DTI)이 과도하게 높은 가구의 비중이 더 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 연구위원은 "LTV와 DTI가 높은 가구일수록 과다채무자나 다중채무자 등 고위험채무자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체계적인 원리금 상환을 유도하고 추가대출에 대해 보다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